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감독에밀리 영출연사라 미셀 겔러, 조나단 터커, 데이빗 듈리스, 에리카 크리스틴슨, 멜리사 레오, 에리카 짐펠, 매튜 코울즈, 플로렌시아 로자노, 레나 오웬, 빅터 슬레작개봉2009 미국

모처럼 휴가가 주어진 덕분에 요리 솜씨 자랑 겸 친구와

전 국민이 관심 중인 집밥을 만들어 먹고

새벽까지 함께 맥주를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면서 숙제하듯 보게 된  영화다. 

예전에 책으로 읽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기억은 안 난다

베로니카… 뭐 하나 부족한 거 없이 다 좋은

샘나게 스펙 좋은 여자 그런데 스스로 죽기로 결심한다.

좋은 학벌, 좋은 직장, 그리고 예쁜 얼굴 ,

아마 우리 엄마가 살아 계셔서 이 영화를 봤다면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싸는 소리 한다고 했을 거다

​(ㅎㅎ 아… 엄마 목소리가 육성 지원되는 기분^^)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무료한 눈빛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간다고 그녀는 단정한다.

무료하다.

우울증 진단을 내리고 약을 처방하겠지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잘만 살아가니까

나도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 부모님에게는  정상으로 돌아갈 거라 안심시킬 거야

그러다 한 남자의 청혼을 받게 되겠지

좋은 사람이라 부모님도 기뻐할 테고

신혼 땐 늘 사랑을 나누다가 한두 해 지나면 뜸해질 거고

서로 지겨워질 무렵 임신을 하게 되겠지

애들 키우고 일에, 적금에, 바삐 살면서 한동안 잠잠하다가

결혼 10년 차쯤 되면 바쁘고 지친  나를 핑계로  남편은

바람을 피우게 될 거야 그럼 나는 두 사람을 죽이고 나도 죽게 다며

난리를 치다가 그냥 지나가고

몇 년 후남편이 또 그럴 땐 모른척하게 되겠지

조용히 넘어가고 싶을 테니까 그렇게 여생을 보내며

내 자식은 나처럼 안 살길 바라다가도

걔들도 별수 없다는 걸 몰래 기뻐할 거야

“난 괜찮아 정말이야 “

그렇게 그녀는 의식을 치르듯이 샤워기를 틀어놓고 음악을 틀고

16개의 약을 순서대로 삼키고 편집장에게 메일을 보낸 후 자살한다.

참된 세상은 없다. 탈출구가 없는 이 세상의 광기에 동조하느니

차라리 자살하겠다 …

그리고 깨어난 곳은 죽음 뒤의 세상이길 바랐겠지만

빌레트… 정신요양원 이였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자살의 후유증으로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일주일 뒤에 혹은 몇 시간 뒤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자살을 결심했던 그녀,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에게  삶이 시한부가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나에게도  있었다. 자살로 삶을 정리하거나 하려던  사람, 그리고 아이들

차려준 아침을 먹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던 친구

그날 아침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 식사가 되더라도

마지막 기억이 아니길 바라던 힘들던 시간들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사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보면 맘이 불편하다 .

내가 미루고 미루던 영화를 해치우듯이 본건

아마 전날 마신 술 때문이거나

오랜만에 친구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이거나

스스로 삶을 정리한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다면,  달라지는 게 있었을까? 모르겠다

다시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베로니카 그녀는 빌레트에서 교통사고로 연인을 잃어버리고 말을 잊은 에드워드를 만난다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던 베로니카는

역시 마리 외에는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는 에드가 조금 궁금해진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스스로 삶을 정리하는 것에 집착하는 베로니카.

부모도 과거도 또는 남은 삶도 거추장스럽고 불편해 마주하기조차 싫다.

병원에 가장 오래 있었고 병원장인 블레이크와 가장 친한 마리, 그녀라면 어쩌면

베로니카가 원하는 약을 구해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찾아가지만

약을 손에 넣고도  자살하는 것에 또다시 실패한다.

죽음을 선택하는 것에 또다시 제지 당한 베로니카는 화가 났다,

“피아노도 있더라.”. 부모님의 말이 생각나서 였을까 ..

화풀이하듯 피아노  연주를 시작하고

그렇게  밤바다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베로니카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피아노란 그녀가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삶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삶도 죽음도 늘 누군가에 제 선택되고 제지 당하던 베로니카에게

다시 연주하게 된 피아노는 다 벗어버리고 스스로 걸친 삶의 첫 번째 단추였을지도 모르겠다.

“바닷가에 가서 해변도 걷고 바다도 보고 싶어요.”

“단골집에 가서 타코도 잔뜩 먹고 싶고요”.

“엄마도 만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요.” 베로니카는 삶이 절실하다

이제 사랑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에드의 눈을 보며 말하는 그녀

그런 그녀를 그리기 시작한 에드,

그녀가 늘 버리고 싶던 삶이 예전과 다르게 느껴지던 밤

베로니카의 진심 어린 연주는 많은 변화를 찾아오게 한다

에드는 잃어버렸던 말을 하기 시작하고

베로니카는 사랑에 빠졌으며

가장 오래된 환자였던 마리는 언젠가 공원에서 만나자는 말을 블레이크에게 남기고

병원을 떠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의지하던 마리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남겨진 에드 역시 자신도 여길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나갈래요..” 말을 잊고 살았던  에드의 첫 번째 이야기다

말을 찾은 에두와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된 베로니카, 둘은 빌레트를 나가기로 결심한다.

몰래 빠져나가는 둘을  못 본척하는 블레이크.

그도 병원을 정리하고 마리를 찾아갈 계획을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스로 삶을 선택한 사람들, 치유의 시간들

베로니카와 에드는 타코를 먹고 해변도 가고 보통의 연인처럼 사랑에 기뻐한다

떠오르는 태양을 기다리며 에드의 시를 듣다 베로니카는 잠이 들고

그녀가 결국 죽었다고 생각한 에드는 절망한다. 두 명의 연인 모두를 잃게 되는 에드 ….

떠오르는 태양 … 눈부신 아침 … 그리고 베로니카는 잠에서 깨어난다.

그녀에게 새 삶이 시작된 거다 .. 사실 그녀에게 처음부터 시한부의 삶은 없었다.

구시대적이라고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블레이크의 치료법 중 하나였을 뿐.

그녀가 하루하루 기적으로 생각하고 살길 바라는 블레이크만의 치료법, 그게 시한부 선고였다

베로니카와 에드는 새로운 태양을 맞고 .. 블레이크는 커피를 사들고 마리와 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는 그렇게 스스로 찾은 삶과 자유를 이야기하며 끝이 난다.

죽음 앞에서 삶이 절실해진다는 이 이야기는 삶의 열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삶이 시시해지고 열정이 식어갈 무렵 무슨 이야기든 필요하다면

도움이 될 만한 영화가 아닐까…

(하지만 좀 더 섬세함을 느끼고 싶다면 영화보다는 책을 보길 권하고 싶다.)

영화가 삶에 크게 영향을 주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영화 한 편으로 삶을 바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짜인지도 가끔 궁금하다.

하지만,생각을 하게 하고 정리하도록 하는 힘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나도

함께 먹었던 메뉴를 식당에서 마주해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던 그날 아침 같은 건 생각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니,어쩌면 벌써 잊어버린 건지도.

영화가 생각처럼 아주 많이 불편하진 않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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